절단된 신경, '밴드로 감아서' 1분 만에 치료하는 봉합패치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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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단된 신경, '밴드로 감아서' 1분 만에 치료하는 봉합패치 개발
  • 정 현 기자
  • 승인 2024.03.11 2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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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균관대 손동희 교수, 신미경 교수, 고려대 박종웅 교수, 공동연구
- 바느질 없이 신경봉합술 가능한 피부 모사 접착 패치 개발
- 논문, SCI급 저명 국제학술지 'Advanced Materials' 게재

[위즈뉴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체 일부가 절단됐을 때 바느질로 꿰맬 필요 없이, 절단된 신경을 1분 내로 연결할 수 있는 신경 봉합 패치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광복)은 11일,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손동희 교수팀과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신미경 교수팀, 고려대 의과대학 박종웅 교수팀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이 실제 피부 구조를 모사해 강력한 조직 접착력을 보유한 패치형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신소재는 밴드처럼 감아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봉합 성공률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SCI급 저명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IF=29.4)’ 1월 26일 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Sticky and Strain-Gradient Artificial Epineurium for Sutureless Nerve Repair in Rodents and Nonhuman Primates'이며, 성균관대 손동희 교수와 성균관대 신미경 교수, 고려대 박종웅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고려대 최인철 교수와 성균관대 최연선 연구원, 성두환 학생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신경봉합술은 의료 현장에서 수술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

공동연구팀의 손동희 교수는 “패치의 성능 검증 결과 신경조직 재생과 근육의 기능성 회복 정도가 봉합사를 이용한 방법과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신경봉합술은 신경 염증이나 종양의 절제, 장기 이식 등과 같은 수술에도 필요하므로 의료 현장에서 수술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제학술지 'Advanced Materials' 최신호에 게재된 해당 논문
doi.org/10.1002/adma.202307810

교통사고나 산업 현장, 일상생활에서 손가락 등 인체 일부가 절단되는 외상성 절단 사고는 지속 발생하고 있다.

절단된 신경을 연결하기 위해 의료진은 머리카락보다 얇은 의료용 봉합사로 신경 외피를 바느질한다. 이런 신경봉합술은 숙련된 의사도 신경 1가닥을 연결하는 데 10분이 걸릴 정도로 정교한 작업이다.

피부 괴사를 막고 봉합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대한 빠른 봉합술이 필요한데, 이런 어려움은 수술 시간을 늘리는 원인이 된다.

최근 개발된 조직 접착제는 인체 신경조직에 사용하기에는 접착력이 낮아 신경봉합술은 여전히 1900년대 방식에 머물러 있다.

공동연구팀은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피부 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외부는 질기지만 내부로 갈수록 부드러운 조직으로 구성된 패치를 개발했다.

패치의 주요 소재로는 외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자가치유고분자와 우수한 조직 접착력을 가지고 있는 하이드로젤을 사용했다. 자가치유고분자란 물리적 손상을 입은 고분자가 스스로 결함을 감지해 구조를 복구하는 지능형 재료를 말한다.

자가치유고분자의 물성을 조절해 탄성 고분자와 점탄성 고분자, 접착 하이드로젤을 단계적으로 배치해, 점탄성 고분자가 응력을 흡수하고 탄성 고분자가 복원력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강한 접착력을 구현했다.

자료이미지=한국연구재단

[그림설명] 신경 봉합 패치를 이용한 영장류의 신경 봉합 결과
(A) 영장류의 절단된 정중 신경 봉합 전과 봉합 후의 모습을 보여준다. (B) 절단된 영장류의 신경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소요된 시간 비교결과로 신경 봉합 패치 사용 시 약 80초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C) 신경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손가락 사용 기능 평가를 위한 과자 집기 실험 과정을 보여준다. 과자 집기 시간은 원숭이가 실험 상자에 손을 넣는 순간부터 과자를 집어 손을 빼는 시간을 측정하였다. (D) 원숭이의 신경을 봉합 후 회복 기간에 따른 과자 집기 시간을 측정한 결과로, 신경이 재생될수록 과자 집기 시간이 감소함을 보여준다. (E) 신경 봉합 후 회복 기간에 따른 근전도 신호의 크기 비를 나타낸 그래프로, 봉합사로 신경을 봉합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회복도와 경향성을 보여준다.

이렇게 개발된 패치는 밴드처럼 간단히 신경을 감아주는 방법으로 적용한다. 공동연구팀은 인체와 유사한 실험 모델을 통해 의사가 아닌 비전문가도 1분이면 신경 봉합이 가능함을 입증해냈다.

특히, 영장류 모델 검증에서 손목 정중 신경을 절단 후 패치를 이용해 성공적으로 봉합했고, 엄지손가락의 움직임이 정상에 가까운 수준으로 회복되었음을 1년에 걸쳐 확인했다.

더불어 해당 패치에 신경 재생을 촉진하는 단백질 분자를 추가하면 기존 바느질 봉합술보다 조직재생을 빠르게 유도할 수 있음을 설치류 모델에서 검증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신진연구, 중견연구,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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