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고객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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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고객가치
  • 이효은 기자
  • 승인 2017.09.0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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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의 교황’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著 <누가 미래의 자동차를 지배할 것인가>

‘자동차 업계의 교황’이라고 불리는 자동차 전문가 페르디난트 두덴회퍼FERDINAND DUDENHOFFER가 쓴 책 <누가 미래의 자동차를 지배할 것인가>에서는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과 신진 IT기업의 맹공으로 새로운 도전과 위기의 시대에 직면한 독일 및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현황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고객가치를 소개한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고객가치>

아침마다 우리는 차에 탄다. 그리고 시동을 건다. 커피를 한 잔 마시거나, 신문을 펼치거나, 신문을 펼치거나, 이메일을 체크하는 동안, 자동차는 스스로 움직인다. 우주선이나 지하철에서는 이미 일상화된 일이지만 자동차에서는 아직도 혁명적으로만 들린다. 

오토파일럿에 의해 조종되는 로봇 자동차. 자동차 세계의 이 제2차 급진적 변화는 이미 우리 가까이 다가와 있다. 이미 우리는 인공지능으로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다. 우주 로켓, 달착륙선이나 화성 탐사선, 그리고 모든 위성이 우주에서 안전하고도 정밀하게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으로 제어되고 있는데, 왜 자동차라고 안되겠는가? 

오늘날 표준상황에서, 가령 장거리 비행에서, 그 어떠한 인간 파일럿도 정밀성과 오류 제로 측면에서 오토파일럿을 따라잡을 수 없다. 컴퓨터는 절대로 집중력이 분산되지 않고, 휴식 시간도 필요하지 않으며, 나노 초, 즉 10억 분의 1초 단위로 반응한다. 최첨단 전투기 중 하나인 타이푼은 2003년에 도입된 유로파이터(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공동 개발한 전투기)다. 이 다목적 전투기는 독일 공군에서, 그리고 영국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페인에서 사용되고 있다. 타이푼의 최고 비행 속도는 음속의 2배인 마하 2로, 최대 2,400km/h까지 가능하다. 이 전투기의 급격한 항로 변경은 이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기에는 우리의 인지 및 반응 속도가 너무 느리다. 타이푼은 이른바 플라이 바이 와이어fly-by-wire라는 비행 제어 컴퓨터로만 항로 급변경이 이뤄진다. 인공지능은 현실에서 이렇게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2012년부터 뉘를베르크 지하철 2호선과 3호선은 약 20킬로미터 구간 21개 지하철역을 완전 자동화하여 운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운전사가 없다. 이미 1987년부터 영국 도클랜드 경전철도 런던 34킬로미터 구간을 무인 운행하고 있다.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파리 메트로 1호선 역시 2012년부터 무인 열차를 투입하고 있다. 완전 자동 열차가 도입되면서 파리 메트로의 배차 간격도 105초에서 85초로 단축됐다. 이로써 더 많은 사람을 운송할 수 있게 됐고, 전기료도 30퍼센트 절감되며, 정확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 세계적으로 완전 자동 지하철 시스템 ‘트레인가드 MR’을 14개 지하철 운영자에게 공급하고 있는 지멘스 그룹은 말한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우주항공이나 철도와 비교해도 결코 공상과학 소설의 내용이 아니다. 다만 출발이 조금 늦었을 뿐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는 항공기나 지하철을 타면서 스스로의 안전과 생명을 소프트웨어와 컴퓨터의 손에 맡기고 있다. 컴퓨터가 우리의 생명을 결정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솔직히 우리는 이미 수백만 번이나 “예스”라고 대답했다.

자동차 운전자들은 정말로 그 멋진 센세계에서 운전대를 컴퓨터에 맡기게 될까? 아니면 계속해서 본인의 손으로 운전대를 꼭 쥐고 있으려 할까? 또 만약 운전자가 변화를 원한다면, 얼마나 빨리 거기에 적응할 것이며, 얼마나 빨리 새로운 서비스를 찾게 될 것인가? 바로 이런 질문들이 자율주행을 둘러싼 경쟁에서 승자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고객이 기꺼이 거액의 돈을 지출할 만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만이 돌파구를 마련하는 길이다. 


로봇 자동차와 관련된 대대적인 진보는 크게 다음 네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첫째, 인공지능이 훨씬 더 안전한 자동차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인간은 자동차 운전에 있어서 최대의 위험 요소다. 컴퓨터는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주의를 집중해서 운전한다. 원칙적으로 실수가 있을 수 없다. 오직 자율주행을 통해서만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라는 미래 비전이 달성 가능하다.


둘째, 자율주행자동차의 커다란 진보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에 있다. 과거에는 세탁기나 식기세척기 또는 전자레인지 같은 가전제품들이 지겨운 가사를 더 쉽고 더 신속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제 시간을 선물해주는 다른 기술들로는 가령 항공여행을 들 수 있다. 항공 여행 덕분에 우리는 장거리 여정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아니 불가능했던 곳에 갈 수 있게 됐다. 옛날의 그 좋았던 손 글씨 편지를 잉여물처럼 만들어버리고 서신 왕래를 획기적으로 빠르게 만든 이메일도 시간을 선물해주는 기술이며, 은행 업무를 빠르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온라인 뱅킹, 표 만들기 기술과 프레젠테이션 기술로 오버헤드 프로젝터OHP 시대의 시간 예산을 몇 광년이나 단축시킨 것 같은 윈도 오피스 시스템과 그 유사 소프트웨어도 모두 그런 기술에 속한다.

자동주행 역시 일종의 이런 ‘시간 선물 기술’이다. 이제는 더 이상 쉬지도 못하면서 도로교통 상황에 주목하면서 쥐가 날 정도로 운전대를 꽉 붙들고 있지 않아도 된다. 130년이라는 자동차 역사가 흐른 지금에야 우리는 자동주행 기술 덕분에 자동차 안에서 시간을 의미있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자동차는 운전석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운전자가 주인공이고, 운전자가 커다란 엔진을 진두지휘하며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았다. 다른 동승자들은 엑스트라에 불과했다. 이런 풍경이 이제 달라지고 있다.

자동차 실내에서 앞으로는 재미와 감성이 주가 될 것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건 이른바 연결성connectivity이다. 인터넷과 웹 기반 서비스를 자동차와 연계하는 것으로, 매우 흥미롭다. 시간 획득이라는 고객의 가치와 더불어 자동차의 실내 공간은 커다란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말하는 인테리어가 프리미엄 클래스를 차별화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인테리어 디자인, 즉, 자동차 실내의 구성은 이른바 익스테리어 디자인이라고 하는 차체의 외부 형태에 비해 지금까지 별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자동차 디자인이라고 하면 흔히 차체의 스타일링, 즉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떠올리거나, 기껏해야 대시보드의 형태나 디스플레이의 배열 정도만 떠올렸다. 

하지만 로봇 자동차를 통해 이 모든 것이 변화하게 될 것이다.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시간이라는 선물을 받아 누리는 것이 새로운 프리미엄의 기준이다. 장거리 비행에서 이미 발견할 수 있는 차이, 가령 에티하드항공의 일등석과 루프트한자의 이코노미 클래스의 차이를 미래에는 자동차에서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에티하드와 루프트한자는 동일한 항공기를 이용해 동일 구간을 동일한 시간에 운행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이 여행을 하고 시간을 보내는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과 인테리어 업체들은 이미 완전히 새로운 소재로 실험을 하고 있다. 앱이나 비디오, TV같은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대형 터치스크린처럼 사용될 수 있는 그런 소재다. 미래에는 더 이상 대규모 모터리제이션이나 스포티한 차체가 프리미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행 시간을 알차고 보람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다양한 방법이 프리미엄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혁명이다. 이 혁명은 스포츠카 제조업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래에는 프랑스의 부품 공급 업체 포레시아나 주국의 인테리어 업체 양펭 같은 인테리어 업체들이 자동차의 새로운 가치를 함께 만들어나갈 것이다. 


셋째, 로봇 자동차의 고객 가치는 인공지능의 미학에서 온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을 통해서 미학과 가치, 분명함과 정밀함을 표현하는 어떤 형태의 언어를 인공지능에 부여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인간은 추상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림을 통해 생각한다. 감성은 그림과의 연계를 통해 미럿속에 촉발된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 즉 형태의 언어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우리는 거기에 돈을 쏟아부을 준비가 돼 있다. 

자동차 브랜드가 성공을 거두는 데엔 디자인이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메르세데스가 디터 제체 회장의 지휘 아래 성공적으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던 것은 고든 바그너 수석 디자이너가 창안한 새로운 디자인 언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모던 럭셔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서의 감각적인 깔끔함이 필요하다. 하이테크 기술을 선보이면서도 동시에 감성적인 메타 차원의 깔끔한 형태와 매끄러운 표면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라고 바그너는 메르세데스 홈페이지에서 언급하고 있다. 모든 메르세데스 모델의 주요한 형태 요소는 이른바 ‘떨어지는 라인’에 있다. 차량의 측면에서는 일단 위로 살짝 올라가다가 차체의 끝에서 가파르게 떨어짐으로써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조각을 마무리하는 라인이다. 이런 형태의 언어로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율주행에서도 점수를 따야만 한다. 순수한 소프트웨어 그룹은 형태 부여에 대해 감각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구글 부인 자동차의 외양이 마치 플레이모빌 게임판에서 가져온 것 같은 모습인 것도 아마 그 때문이지 않나 싶다.


넷째, 로봇 자동차의 고객 가치는 자율주행을 통해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사람이 크게 줄어들고 있고 또 사고 건수와 보험료 및 수리비도 대폭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결국에는 소비자들은 이런 의문을 갖게 된다. 자율주행에서 나는 단순한 ‘승객’일 뿐인데도 자동차 보험이 필요한가? 결국 컴퓨터가 운전자이고, 명백히 컴퓨터가 유발한 운전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건 제조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오늘날 제품 하자나 리콜이 발생했을 때처럼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가 제정돼야 하겠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다. 

로봇 자동차로 우리는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라는 비전에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독일에서는 자동차 보험회사들이 연간 250억 유로 이상을 사고 처리 비용에 쏟아붓고 있다. 독일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5,500만 대에 조금 못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동차 한 대당 450유로가 넘는 금액이 보험회사의 사고 처리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100퍼센트 무사고 운전을 하게 된다면, 이론상 독일에서만 차량 한 대당 35유로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다. 물론 우리의 모빌리티 품질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전혀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고 말이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교통사고로 연간 2,800억 달러 이상이 ‘날아가고’ 있다. 심지어 이 수치는 사고에 따른 건강 피해에 대한 보상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로봇 자동차는 우리 사회의 부를 크게 증대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 기술을 위한 비용은 예산 절감 효과와는 무관하게 늘 예측 가능하다. 이는 2011년도 포드 포커스 모델 사례에서도 잘 나타난다.

포드는 당시 20개 이상의 새로운 주행 보조 장치를 장착한 모델 포커스를 선보였다. 여기에는 주차 보조 장치, 자동 표지판 인식 장치, 피로 경고 장치, 차선 유지 보조 장치,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 장치(앞 차량의 속도에 자동 적응하는 장치), 사각지대 인식 장치, 비상 제동 보조 장치, 후방 카메라 등이 포함돼 있다. 즉, 2만 유로대의 이런 콤팩트 카가 2011년에 이미 자율주행의 구성요소라 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인 안전, 편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포드는 당시 이를 가리켜 ‘인공지능 기술의 민주화’라고 일컬었다. 자율주행에 대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는 따라서 전혀 근거가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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