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유머를 구사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법
상태바
세련된 유머를 구사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법
  • 이효은 기자
  • 승인 2017.09.09 1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7년째 개그 작가, 김계옥 저 <유머가 능력이다>

공중파 방송 3사의 대표 개그 프로그램에서 17년째 개그 작가로 활약 중인 김계옥이 쓴 책 <유머가 능력이다>에서는 저자가 지금까지 쌓아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련된 유머를 구사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데, 그중 상황에 따라 골라 쓸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유머 유형을 소개한다.

 

상황에 따라 골라 쓰는 7가지 유머 유형

 

유머에도 여러 유형이 있는데,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듯이 사람마다 좋아하는 유형의 유머도 약간씩 다르다. 어떤 사람은 넘어지고 자빠지며 웃기는 슬랩스틱형 유머를 좋아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언어의 묘미를 이용한 고급스런 유머를 좋아한다. 또 어떤 사람은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는 공격성 유머를 재밌게 여기고, 또 다른 사람은 서로의 기분에 맞춰주는 공감형 유머를 좋아하기도 한다. 유머에 대한 취향은 연령이나 성별과도 관계가 있는데, 한 조사에 따르면 10대 이하나 60대 이상에서는 단순하게 웃을 수 있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반면에, 사회활동이 활발한 연령대에서는 복잡한 언어를 이용한 말 개그를 선호한다고 한다. 여기서는 유머의 다양한 유형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1. 언어유희

 

단어를 발음할 때 비슷하게 들리는 동음이의어를 이용하거나 말장난을 이용한 유머다. 언어유희를 이용한 유머 중 가장 대표적인 유머가 아재개그다. 아재개그는 역사가 꽤 오래됐는데 부장님이나 아빠처럼 나이가 좀 있는 남자들이 즐겨 한다고 해서 ‘아재 개그’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재개그는 적재적소에서 사용하면 큰 웃음을 유발할 수 있지만, 적절치 못한 상황에서 사용하거나 반복해서 사용하면 분위기가 썰렁해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아재개그의 특성이 약간의 썰렁함을 동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을 때나 서먹할 때 사용하면 분위기 전환에 유용하다.

 

2. 반어적 유머

 

‘긍정형’의 표현을 쓰지만 속뜻은 전혀 긍정적이지 않은 돌려치기 유머다. 대놓고 직접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현하면 무안할 수도 있고 멋쩍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다른 표현으로 치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유머는 상대를 깎아내릴 수도 있기 때문에 친한 사이이거나 서로가 너그러울 수 있는 사이에 구사하는 것이 좋다. 또 상대가 잘 알아듣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굳이 해석까지 해 줄 필요는 없다.

 

3. 과장형 유머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사실과 달리 부풀려 말하는 유머다. 느낌이나 기분, 상황을 강조할 때 효과가 있는데 애매하게 과장하면 유머인지 모를 수도 있으니 한 번 과장할 때 엄청 크게 과장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여자들이 주로 사용하는데, 과장형 유머를 너무 남발하면 양치기 소년처럼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4. 반전형 유머

 

다들 기대하고 미루어 짐작하는 결과와 전혀 반대되는 결과로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다. 본질적으로 웃음은 기대에 어긋났을 때 생겨나는 것이기에 반전형 유머야말로 유머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웃찾사> 프로그램에서 방영했던 ‘병아리 유치원’이라는 코너가 있는데, 그 코너에서는 처음에 귀여운 유치원생들이 등장하여 귀엽게 대화를 나누다가 선생님이 사라지자 조폭처럼 이야기하는 데서 큰 반전을 노렸다. 이처럼 예기치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놀라움과 함께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데, 반전이 클수록 큰 웃음을 기대할 수 있다.

 

5. 비유형 유머

 

비유란 어떤 상황, 인물, 사물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비슷한 다른 것에 빗대어 설명하는 것을 뜻한다. 학창 시절 우리는 비유법의 종류별로 직유법, 은유법, 상징법, 의인법, 활유법, 풍유법, 대유법 등이 있다는 걸 배웠지만, 여기서는 그냥 ‘빗대어 표현하는 방법’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비유형 유머를 잘 구사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한데, 하나는 순발력이고 다른 하나는 어휘력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어휘력이 부족하면 순발력이 잘 발휘될 리 만무하다.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데 순발력이 좋아서 무엇 하겠는가? 비유형 유머를 잘 구사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글을 많이 읽어 어휘력을 늘려놓을 필요가 있다.

 

6. 공감형 유머

 

몸으로 웃기는 유머 중 대표적인 것으로 슬랩스틱 개그가 있다면 말로 하는 유머 중 대표적인 것으로 공감형 유머가 있다. 공감형 유머에 가장 필요한 것은 관찰력이다. 다들 알고는 있지만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을 깨우쳐주면 사람들은 무릎을 탁 치며 웃음을 터뜨린다. 이때 사람들이 공감하는 강도가 셀수록 웃음의 강도도 커진다. 한때 <개그콘서트>의 ‘남보원(남성인권보장위원회)’이나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등의 코너가 인기를 끈 것도 공감 코드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애정남’의 한 코너에서는 청첩장을 받았을 때 ‘축의금으로 얼마를 줘야하는가’라는 문제를 다루었다. 보통 사람들은 축의금 액수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지 않다가, 애매한 관계의 사람에게 청첩장을 받았을 때 축의금 액수에 대해 갈등하곤 한다. 이 문제에 대해 ‘애정남’ 코너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결혼 비수기엔 5만 원, 성수기엔 3만 원

- 나의 부모님이 친구 이름과 얼굴을 알면 10만 원, 부모님이 그 친구를 잘 모르면 5만 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축의금의 기준에 대해 이렇게 명쾌하게 깨우쳐줌으로써 ‘애정남’ 코너는 상당기간 인기를 끌었다.

 

7. 디스형 유머

 

이 유머는 그 사람의 신체적 특징이나 약점을 노려서 웃기는 유머다. 이런 유머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상대나 상황을 각별히 가려서 해야 한다. 짙은 농담에도 웃어줄 수 있는 친한 친구사이나 직장 동료 사이에서 써먹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꼭 지켜야 한다. 특히 별로 친하지 않은 사이이거나 상대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이런 유머는 금물이다. 디스형 유머를 잘못 사용하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왕따를 당할 수도 있고 카톡을 차단당할 수도 있으며 심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유머를 구사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상대가 누구이며 어떤 상황인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재미있게 보이는 유머라 할지라도 상황에 맞지 않거나 상대가 받아들일 수 없다면 아껴두는 것이 좋다.

 

반대로 그다지 재미있는 유머가 아닐지라도 분위기 전환을 꾀하는 데는 유용할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유머의 다양한 형태를 알아두고 외워두었다가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한 상대에게 써먹는다면 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