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학의 4가지 표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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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학의 4가지 표현술'
  • 이효은 기자
  • 승인 2017.09.0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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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김은성 아나운서 著 <인류 최고의 설득술 PREP>

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에서 4년째 '파워 스피치'를 진행, 한국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기획이사, 한국 언론학회 정회원을 역임하고, 16년 째 앵커로 활동하고 있는 KBS 김은성 아나운서가 쓴 책 <인류 최고의 설득술 PREP>에는 세계적인 선동가와 연설가들이 사용할 만큼 강력하고 효과적인 말하기 기술을 서술하고 있는데, 그중 '수사학의 4가지 표현술'을 소개한다.

 

보기 좋고 듣기 좋게 전달하라

 

말과 글의 미적 요소

 

16세기 독일 화가 그레고르 라이쉬(Gregor Reisch)의 '수사학 여인의 풍유'라는 제목의 판화 작품이 있다. 이 작품 속 중앙에는 젊은 여인이 잇고 그 주변에는 논리학, 윤리학, 시학, 역사학, 법학 등 수사학과 연관이 있는 분야의 학자들이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중앙에 있는 여인의 시선은 시학자에게 가 있다. 시학의 대표주자인 베르길리우스가 든 책을 살며시 잡고 있는 모습으로, 당시 수사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말과 글의 미적 요소였음을 엿볼 수 있다.

 

초기 수사학은 이성적, 논리적 추론만을 강조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미적인 요소도 함께 중요시한다. 그것을 정리한 사람이 바로 로마의 퀸틸리아누스였다. 수사학을 로마에 소개한 키케로보다 후대 사람이다. 국가가 인정한 최초의 수사학 교사로 그는 연설가 교육 지침서인 <수사학 교육>을 저술하며 말하기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훈련 방법 등을 전했다.

 

그는 읽기, 말하기를 함께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글쓰기와 읽기는 기초과정, 그 후 연설문을 작성하고 말하는 것이 고급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글을 통해 표현과 사고력을 키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말하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수사학의 4가지 표현술

 

그는 수사학의 표현술을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정확성'이다. 정확한 어휘 선택을 말한다. 정확한 표현을 통해 오해를 줄이고 연사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프로젝트 성공의 장본인은 김 상무입니다'라는 말을 보자. '장본인'이란 '어떤 일을 꾀하여 일으킨 사람'이라는 뜻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이럴 때는 장본인이 아니라 '주인공이 정확한 표현이다. 같은 맥락으로 '이번 프로젝트는 김 상무 탓에' 혹은 '김 상무 때문에 성공했습니다'라는 표현도 부적절하다. '이번 프로젝트는 김 상무 덕분에 성공했습니다'가 적절하다.

 

두 번째, '명확성'이다. 퀸틸리아누스는 명확성을 '그 표현보다 더 적당한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애매한 말을 피하고 핵심을 구체적으로 명료하게 말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장 운영에 차질이 생겨 공정이 수일 지연될 듯합니다'라는 애매한 말은 다음과 같이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공장 운영 시스템 업그레이드 과정에 오류가 생겨, 현재 파악하기로는 이틀 정도 공정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세 번째, '적절성'이다. '데코룸(decorum)'이라고도 말한다. 상황에 맞게 적절한 표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 든 사람에게는 대담하고 화려한 문체보다 간명하고 절제된 문체가, 젊은 사람에게는 과감하고 열정적인 표현이 좋다. 가르치기와 증명하기에는 정돈된 언어, 간결한 언어인 단순체가 좋고, 마음을 얻거나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중간체가 적절하다. 마음을 바꾸게 하거나 설득할 때는 다양한 미사여구가 들어간 숭고체가 좋다.

 

네 번째, '장식성'이다. 퀸틸리아누스는 명확성보다 때로는 장식성이 연설에서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수 없이 명확히 말하는 사람은 크게 인정받지 못한다. 그는 비록 실수는 피할지 몰라도 위대한 성과를 이루기에는 아직 멀었다." 예를 들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말을 한다고 치면, 다음과 같은 미사여구를 동원하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다.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중 한 부분이다.

 

"시계의 초침 소리를 듣는 데 소홀하지 마십시오.

지금 그 한순간 한순간이 사라져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리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한번 흘러간 강물을 뒤따라 잡을 수 없듯이 그 어떤 사람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떠날 수 없습니다.“

 

퀸틸리아누스는 표현의 기술을 이렇게 정리한다.

 

"비유적인 표현은 자주,

신조어는 때에 따라,

고어는 드물게 사용하라.“

 

일상의 말하기에서 쓰는 표현방식까지 교정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만큼은 상황에 맞는 원고를 작성해볼 수 있다. 상황과 청중, 주제에 맞게 단순체로 할 것인지, 일상적 언어, 미사여구의 언어를 사용할지 고민하고 글로 써본 후 직접 말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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